SK하이닉스가 D램 반도체 생산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2년 전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추가 팹(반도체 공장) 건설을 밀어붙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뚝심이 반도체 미세 공정화를 앞당겼다는 평가다.
최태원 회장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 경기가 하락세를 그리던 2년 전 우리가 M16을 짓는다고 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며 "하지만 이제 반도체 업사이클 얘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어려운 시기에 내린 과감한 결단이 더 큰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M16은 그동안 회사가 그려온 큰 계획의 완성이자 앞으로 용인 클러스터로 이어지는 출발점으로서 중요한 상징으로 남을 것"이라며 "M16의 탄생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던 만큼 이제 M16이 그분들의 행복에 기여할 것이다.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협력회사 상생, 환경보호, 지역사회 발전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해 달라"고 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M16은 2018년 11월 착공 이후 총 3조5000억원, 공사 인력만 연인원 334만명이 투입돼 25개월 만에 준공했다. 건축 면적만 5만7000㎡(약 1만7000여평)로 축구장 8개 규모와 맞먹는다. 길이 336m, 폭 163m, 높이 105m로 각각 조성됐으며 총 3개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SK하이닉스가 국내외에 보유한 생산시설 중 최대 규모다.
4세대 10나노급 D램은 기존 10나노급 3세대(1z) 제품보다 집적도에서 40%, 전력 효율성에 15%가량 향상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4세대 10나노급(1a) D램에서 EUV 양산에 성공한 업체는 없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전화회의(컨퍼런스콜)에서 "올해 EUV 공정을 적용한 4세대 10나노급 D램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 된다면 미 마이크론을 포함해 올해 안으로 3강 업체 모두 4세대 10나노급 D램 상용화에 성공하게 되는 셈이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먼저 4세대 10나노급 D램 생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EUV 공정이 아닌 기존 불화아르곤(ArF) 공정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V 공정을 도입하면 ArF 공정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고효율·초소형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1.9%로 1위, SK하이닉스가 29.4%로 2위, 마이크론이 23.1%로 3위다. 사실상 3개 업체의 경쟁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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